빌립보 교회

 
작성일 : 15-04-17 01:17
하나님께서 고치시고 우리는 봉사한다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720  
결혼을 하고 나서 첫 아이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아빠가 된 것이 너무 기뻤습니다. 너무 기뻐서 주변 분들에게 자랑했더니 한 분이

찬 물을 끼얹는 말을 건네줍니다. "아이 업고 새벽에 병원 달려가 봤어?" , "아니요?", "그럼 아직 아빠의 심장을 못 가진거야"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지만 가슴으로 읽혀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틀 후 새벽에 경기하는 아이를 들쳐업고 12마일 되는 거리를

달리게 됐습니다. 아이의 열을 내린다고 옷을 벗겨 베란다에서 같이 놀아주었습니다. 그것도 한 겨울에...  책에 보니 미지근 물로

서서히 몸을 적셔가며 열을 내리라 되어 있는데 나름 생각에 더 시원하게 하면 빨리 내리겠다 생각했던 것입니다. 급한 마음에 병원

응급실에 도착하였지만 의사와 간호사들은 너무나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그냥 아이의 옷을 벗겨 놓고 눕혀 놓으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탈수증세를 보일 수 있으니 링거를 맞자하고는 그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고는 마냥 기다렸습니다. 강력한 처방, 중증

환자를 대하는 듯한 처신, 심각한 표정 이런 것들은 없었습니다. 그것은 저와 아내의 반응이자 기대였을 뿐이었습니다. 저희의 급한

마음에 비하면 그들은 아마추어 같았고 돌팔이 같아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병원과 약국을 종종 들렸습니다. 세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제 아내는 반의사가 된 듯 합니다. 그런 아내의 수준으로 어느

병원이 좋은 병원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문도 중요했습니다. 당시 좋은 병원은 강력한 약을 쓰고, 주사

한 방을 잘 놔주는 병원이었습니다. 두 번 세 번 가지 않아도 되니 엄마들로서는  최고의 의사와 병원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오래지

않아 이웃 건물에 병원이 들어섰습니다. 그 병원의 특징은 강력한 주사, 강한 약을 처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사람들

은 돌팔이 의사 또는 수준 낮은 병원으로 여겼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자가 그 수준 낮은 병원으로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들이 몰리는 이유는 우선 믿을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강한 약과 강한 처방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이 믿음이 간다는

것입니다. 좀처럼 주사를 놓지 않고 가능하면 적은 분량의 약으로 치료하려는 의사 선생님이어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자기 아이처럼

돌봐 주는 웃음과, 또 그런 의사 선생님 앞에서 이젠 울기보다 장난부터 치려 드는 아이의 편안해하는 마음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

였습니다.  세 아이 모두 진찰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서 아내와 함께 병원에 들렸습니다. 인자함,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목사로서 더욱 반가운 것은 책상 위에 놓인 성경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의 병을 궁극적으로 고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무언의 선언

을 듣는 느낌이었습니다.



포항에 가면 선린병원이 있습니다. 병원 로비에는 "하나님이 고치시고 우리는 봉사한다'는 액자가 크게 달려 있습니다. 의사로서,

간호사로서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에 봉사자로 참여한다는 신앙고백이자 겸손의 표현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갖고 있는 병만을

보는 의사와 어린 아이의 몸 건강 전체를 보는 의사의 차이는 '내 자식이라면'하는 마음일 것입니다. 의사로서의 권위 있는 모습,

마치 자신의 말 한 마디와 처방전이면 모든 병이라도 고칠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몸 관리 잘 못한 환자탓하는 병원과는 사뭇 다른

믿음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찾으면서 먼가 한 방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한 강한 처방전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왠지 목사님 말씀

한 마디에 삶의 반전이 일어나고, 의지가 약한 나의 역할 보다는 누군가에 의해 삶에 개혁이 일어나면서 나는 그것을 동승할 수 있는

처방전을 원합니다. 그리고 그런 심리를 이용하여 자신이 하나님인양 그런 행세를 하는 교회 지도자들도 있습니다.  왠지 그렇게해

야 목사 답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회자의 권위는 강한 처방전과 좀 더 자극적인 무엇인가를 해주는데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만들게 됩니다. 결국 더 자극적인 것을 주지 못하게 되면 믿음이 없어서 그렇다고

남 탓 하게 됩니다. 진정한 목회자의 권위는 마치 내 자녀를 처방하듯 사랑으로 병 뿐만 아니라 전인적 삶의 건강을 체크해 주는

돌팔이 같은 의사의 모습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나는 치료자가 아니라 봉사자임을 잊지 않는 의사, 목사의 자세일 것입니다.